모든 현상과 물질은 고정불변한 것이 없고 항상 변화하며 그 실체와 본성이 없는 고로 모두 空이다.

이 문장에서 고정불변한 것이 없이 항상 변한다는 것은 無常을 가리키는 것이고 실체와 본성이 없다는 것은 無我를 말하는 것이다.

왜 변하지 않는 것이 없고 실체와 본성이 없다고 하면서 모두 無, 즉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하지 않고 空이라고 한 것은 참으로 특히한 발상이었다. 그 이유는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하는 순간 "무에서 유가 창조되었다"는 말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. 모든 현상과 물질은 실체가 있든 없든 간에 무엇인가 있다 사라진 것이기 때문에 실체가 없더라도 현상은 있지 않은가? 교묘하게 空이라고 말하면서 없다(無)고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던 것이다. 이 空이 불교 교리의 핵심인 이유이다. 공을 우리 말로 있는 그대로 말하면 비었다는 뜻인데 공은 어감상 무와 비었다는 의미와 사뭇 다르다고 불가에서는 주장한다. 나도 그 의미를 되새겨 보니 그 뜻을 따르고자 결론을 내린 바는 무도 아니고 빈 것도 아니라면 바로 非有非無의 상태라고 결론 내렸다. 즉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없는 것 같지도 않다는 것이다. 이 것은 일종의 말 장난 같지만 불교교리에서는 이 점이 중요하다. 모든 현상과 실체를 공이라고 규정하는 순간 순식간에 불교교리는 이론의 합리성과 타당성을 얻게 되었다.